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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전 세계 식량 바구니로 불리는 양국의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각국 정부마저 '식량 안보'를 내세우며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26일(현지시간) 식량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그간 자국산 밀 수확량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 유통하고 극히 소량만 외국에 수출하는 관행을 깨고 지난 4월 전 세계 곡물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자국산 밀 수출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인도 상무부는 지난달 12일 9개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전년도보다 급격히 증가한 1000만톤(t) 자국산 밀수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발표한 지 하루만인 13일 즉시 밀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인도 정부가 급격하게 밀 수출 방침을 뒤집은 데 대해 AFP통신은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전쟁 여파로 식량·연료 가격 상승에 따라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의 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국내 인플레이션 심각성 때문이라고 원인을 짚었고 또 다른 관계자도 "인플레이션 지표는 정부가 자정께 밀 수출 금지 명령을 내리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인도 외에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등 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문제와 경기 침체, 기후 변화 등으로 곡물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전 세계는 전례 없는 기아 문제에 직면했다고 AFP는 전했다.
인도는 밀 외에도 지난 1일 설탕 수출을 제한했다. 세계 팜유의 60%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말레이시아는 이웃국가인 싱가포르에 닭고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전 세계 밀 생산량 8위를 차지한 아르헨티나는 라니냐 현상으로 3년 연속 가뭄에 시달리면서 올해 수확량이 저년 대비 70만헥타르 줄었다.
미셸 루타 세계은행 거시경제·무역투자 수석 경제전문가는 "수출 규제는 세계 식량 가격 상승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갑작스러운 인도의 수출 금지령에 시카고 밀 선물 가격은 16일 개장 직후 6%가량 뛰었다.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5월 밀 가격이 한 달 전보다 5.6% 올랐고, 1년 전보다 무려 56.2% 올랐다고 밝혔다.
그 결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 4월 발표 결과 적절한 음식 섭취가 불가해 식량 불안에 처한 인구수는 2019년 이후 전쟁 전까지 81개국에서 2억7600만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는 최소 3300만명일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