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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회원 후보국 지위를 신청 4개월 만인 23일(현지시간) 승인받았다. 후보국 지위를 얻는 데만 10년 넘게 걸린 국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승인이다.
EU가 러시아에 맞선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승인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의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진 추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우크라이나가 후보국 지위 획득으로 당장 받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협에 맞서 단결하는 EU 보여줘"
AFP통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트위터에 “EU 집행위원회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회원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다”고 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어려운 시기를 겪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이보다 더 좋은 희망의 소식은 없을 것”이라며 “EU는 외부 위협에 맞서 단결한다는 걸 전 세계에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올 2월 말에 EU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이후 러시아 인근 국가로 구소련에 속했던 몰도바와 조지아도 잇따라 EU 가입을 신청했다. 구소련 영토를 회복하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들 국가도 불안을 느껴 EU의 안보 보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U는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는 별개로 2017년 자체 군사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군대를 배치하는 조약에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은 “EU의 이번 승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대담한 지정학적 조치”라며 “EU가 냉전 후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인 이래 가장 야심 찬 회원국 확대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정식 가입까지는 상당한 시간 소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에서 후보국 지위 부여까지 과정은 단 4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와 EU 간 연대를 서둘러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정식 회원국 자격을 얻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거라는 관측이다.
터키의 경우 1987년에 EU 가입을 신청해서 1999년에 후보 자격을 얻었지만, 아직도 정식 회원국이 되지 못했다. AFP통신은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EU 정식 가입을 위해) 주요 개혁과 장기간 협상이 요구되는 수년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EU는 우크라이나의 가입 후보국 지위 유지를 위해 △헌법재판소 개혁 △자금세탁방지법 시행 △새로운 국가반부패국(NABU) 이사 임명 등 법치주의 확립과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현재 러시아와 전쟁 중인 만큼 EU가 요구하는 개혁을 당장 추진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EU 정식 가입 절차도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나 진행될 전망이다. 후보국 지위 획득으로 우크라이나가 당장 받는 혜택은 없다는 뜻이다. 브세볼로드 첸초프 EU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총격이 멈춘 후에만 해결할 수 있는 개혁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