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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러시아 화물운송 제재에 동유럽의 발트해(海)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가 대(對)러시아 강경파로 돌아서고, 70여 년간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스웨덴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의 ‘출구’ 발트해가 유럽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자국 영토를 경유해 러시아 서부 월경지(越境地)인 칼리닌그라드주(州)로 가는 화물 운송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직접 연결돼있지 않기 때문에 화물 운송을 통해야만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는데, 리투아니아가 그 숨통을 조인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모든 화물이 제재 대상이 아니고 건자재·시멘트·철강 제품 등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지정한 품목에 한정한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강력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법적·정치적 의무를 위반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EU의 그러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면서 “(리투아니아를 통한) 칼리닌그라드로의 화물 운송을 즉각적으로 복원할 것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대응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리투아니아 정부의 조치는 불법적이고 유례가 없는 것”이라면서 “향후 며칠 동안 이에 대해 깊이 분석해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적극적으로 리투아니아를 감싸안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에 대한 리투아니아와 다른 국가의 전례 없는 조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리투아니아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우리는 나토와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며 “특히 나토 조약 제5조를 철통같이 지킬 것”이라고 했다. 나토 조약 제5조는 나토 회원국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조항이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70만 명의 소국으로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에 소속됐으나, 지난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후 2004년 EU와 나토에 가입하는 등 친(親)서방 행보를 보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라트비아·에스토니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 아래 대러 제재·압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웃국가 폴란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에는 슬로바키아와 함께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공동서한을 냈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타협을 모색하려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판하기도 했다.
발트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발트3국은 나토군 병력 증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러시아 침공 이후 독일 정부가 리투아니아에 주둔하는 나토군을 기존 1000명에서 여단급 규모인 3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군도 1000명에서 1500명으로 증파하기로 했다. 영국 역시 에스토니아 주둔 부대 두 곳을 합쳐 여단급으로 재편성하기로 발표했다.
21일에는 에스토니아 외무부가 성명을 내고 러시아 Mi-8 헬기 1대가 18일 저녁 자국 영공에서 허가 없이 2분간 비행했다며 “에스토니아는 이를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일로 간주한다. 의심의 여지 없이 추가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이런 행위는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에스토니아는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도 초치해 항의했다.
더 큰 뇌관은 핀란드와 스웨덴이다. 지난 70여 년간 중립을 표방했던 두 나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가입에 나섰다. 나토 기(旣)회원국 터키의 반대로 잡음이 있지만, 그밖의 국내·외 여론은 비교적 호의적이다.